암남공원의 '암남'은 아미동의 남쪽에서 유래했다고 전해진다. 지난 2017년 송도 해수욕장과 암남공원을 연결하는 해상케이블카가
들어서며 이 조용한 공원에도 사람들의 발걸음이 잦아지기 시작했다.
게다가 2020년 용궁구름다리 복원에 이어 올해 초 공원내에 '치유의 숲길'이 생기며 볼거리, 즐길거리가 더욱 풍성해졌다.
구름낀 어느 여름날, 갈맷길 4-1구간인 암남공원 입구로 가는 방법은 몇가지가 있다. 버스나 자가용을 이용할 수 있고, 송도해수욕장
에서 해안볼레길을 따라 걷거나, 해상케이블카를 탈 수 있다. 물론 택시도 가능하다. 택시를 탈 때에는 '암남공원 입구'라고 해도 되지만
아는 사람들은 보통 이렇게 말한다. "혈청소로 가 주세요".
혈청소의 역사는 일제강점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우암동 소막마을 소 막사 흔적에서 볼 수 있듯이 일제는 당시 우리의 소를 대거 수탈해
부산항을 통해 반출했다. 만주에서 소 전염병인 우역이 발생해 한반도까지 유행하자, 일제는 우역에 관한 연구를 위해 암남동 일대에
지금으로 치면 검역원이라 할 수 있는 우역혈청제조소, 줄여서 '혈청소'를 세웠다.
옛 혈청소와 암남공원 주변은 광복 후 군사지역이 되어 오랫동안 민간의 출입이 통제됐다. 이런 연유인지 6.25전쟁 당시에는 이 일대에서
국민보도연맹원 등을 집단학살해 수장한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기도 했다.
아픈 역사의 흔적이지만 출입이 통제된 덕분에 자연이 아름답게 보존된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다.
암남공원 입구에 자리한 공영주차장은 사시사철 강태공들로 넘쳐난다. 머리 위로는 해상케이블카가 유유히 지나고 바다 앞에서는 낚시대를 드리운 사람들이 한가로운 한때를 보낸다.
맞은편으로 바다 건너 영도 풍경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고달팠던 역사 이야기를 지나 순식간에 아름다운 풍경에 매료되는 순간이다.